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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中企 30% 특허분쟁 시달려

입력 : 
2013-07-02 17:04:30
수정 : 
2013-07-02 1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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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 등 851개 중 274社…전자·기계업종 60% 차지
매경·아이디어브릿지 공동조사
특허 분쟁기업 중 20% 해외 특허괴물이 공격…일부 기업은 문 닫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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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처리공정 제어장비 제조기업인 케이씨텍은 매출액이 192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1년 갑자기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일본 히타치가 자사 보유 특허인 세리아슬러리(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연마기술)를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케이씨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참을 치고받은 끝에 지난 4월 두 회사는 이후 제소 금지에 합의하며 특허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그간 입은 타격은 엄청났다. 특허소송에 전력투구하느라 영업이나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고 1년 만에 매출은 115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기업 간, 국가 간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선이 대기업을 넘어 중견ㆍ중소기업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IP의 중요성은 삼성과 애플 등 대기업 간 특허소송에서 불거졌지만 이젠 중소기업도 소송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매일경제신문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IP전문펀드 아이디어브릿지가 우량 중견ㆍ중소기업 851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5월 말 기준 특허 분쟁 현황을 조사한 결과 274개사(32.2%)가 특허소송에 휘말린 경험이 있거나 현재 소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 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분석 대상은 △기술강소기업(기업은행) △히든챔피언(수출입은행) △월드크래스300(중소기업청) △벤처1000억 기업(벤처기업협회) △히든스타(국민은행) △글로벌스타(산업은행) 등 정부와 민간이 선정하는 우수 중견ㆍ중소기업에 선정된 기업 중 중복 선정을 제외한 851개사 전체다. 이들은 중소기업이 평균 31.4개, 중견기업이 평균 120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쟁 실태에 대한 분석 결과 업종별로는 한국 경제의 두 축을 이루는 기계와 전자 분야에 소송이 집중되고 있었다. 분석 대상 중 자동차부품 등 기계 관련 업종은 35.4%, 반도체ㆍ통신ㆍ디스플레이 등 전자 업종은 24.5%가 분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특허괴물(NPE)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국내 중소기업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전체 분쟁 기업(274개사) 중 해외 기업으로부터 특허소송이 걸린 업체는 20%인 57개사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전자(12개사)와 IT(19개사)가 가장 많았다.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 대표는 "해외 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특허 침해에 대한 자료를 모아만 두고 있다가 이들 기업이 성장하면 견제용으로 소송 카드를 꺼내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보컴퓨터가 대표적 사례다. 삼보컴퓨터는 1999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합작사인 이머신즈를 설립했지만 곧이어 휴렛패커드(HP)로부터 9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당했다. 미국 텍사스법원은 2건의 특허 침해를 인정했고 2003년 두 회사가 합의를 보고서야 소송은 마무리됐다.

특허 분쟁은 당장 기업 매출 타격으로 돌아왔다. 작게는 매출액 감소부터, 크게는 기업이 거꾸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분석 대상 기업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증가율을 살펴본 결과 분쟁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의 매출 증가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자 업종의 분쟁기업 매출액은 3년간 연평균 17% 증가한 반면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기업은 34.9% 성장했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전자장비 전문기업인 파이컴은 특허 분쟁의 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되기도 했다. 원래 파이컴은 연매출이 600억원 수준인 우량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파이컴의 급성장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 폼팩터가 2004년 자사 반도체 검사장비인 '멤카드'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갑작스럽게 4건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소송비용만 100억원을 지출한 파이컴은 2009년 매각됐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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