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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특허괴물 IV회장 만나 협의

입력 : 
2013-06-12 17:39:48
수정 : 
2013-06-13 15: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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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자업계는 특허전쟁중…글로벌 제휴로 특허우산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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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대표적 '특허 괴물'로 알려진 인텔렉추얼벤처스(IV)의 네이슨 미어볼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들어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회동에는 IV 공동 창업자인 한국계 에드워드 정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배석했다.

IV는 최근 30억달러 규모의 3호 펀드를 만들기 위해 유력 글로벌 기업들을 접촉 중이며 삼성전자에도 펀드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IV CEO를 만난 것은 삼성전자의 특허분쟁 회피 전략이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보유 특허 수를 늘려 자체 특허력을 높이는 것과 외부 업체와의 라이선스 체결을 통한 '특허 우산' 강화 방안이다. 삼성전자가 특허 확보 전략을 다양화해 소송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특허 괴물과의 협력도 서슴지 않겠다는 취지다. 애플과의 '매머드급' 특허 소송이 2년여간 이어지면서 삼성은 특허 방어 전략에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IV 측의 참여 제의에 대해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IV 투자자로 참여한 뒤 IV가 벌어들이는 특허소송 이득을 나눠 갖는 건 삼성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측은 2010년 11월 IV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급해 소송 리스크를 덜었다.

IV는 세계 최대인 60억달러 규모의 지식재산권(IP) 펀드를 굴리는 회사다. IV는 3만8000여 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IBM, 삼성전자, 파나소닉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IV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 IV는 삼성전자, LG전자, 파나소닉 등에 펀드 출자를 권유했지만 이들 기업이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후 IV가 투자자 이익을 키우기 위해 이들 기업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0년 삼성전자와 IV 간 특허 계약으로 양사 간 갈등이 일단락됐지만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V가 2000년대 초 결성한 펀드에는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다수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IV 주요 투자자는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노키아, 소니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펀드 투자자가 될 경우 단순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공동 보조를 취하는 파트너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IV 관계자는 "IV 펀드는 지금까지 30억달러 이상 수입을 창출했다"며 "신규 펀드자금 조달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9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국내 특허 6166건, 해외 특허 1만1973건을 출원했다. 지난 한 해 미국에서만 5081건의 특허를 신규 등록해 IBM에 이어 7년 연속 2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누적)으로 삼성전자의 보유 특허 수는 10만2995건이다. 특허 업무를 총괄하는 삼성전자 IP센터는 전자 관련 특허를 매입하는 별도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 연구개발로 발생하는 등록 특허 외에 필요한 특허를 꾸준히 매입해 외부 소송으로부터의 면역력을 높이는 차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3월 2500만달러를 투자해 특허 인수기업인 인텔렉추어키스톤테크놀로지(IKT)를 미국 워싱턴DC에 설립했다.

김홍일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는 "앞으로 금융ㆍ자본시장을 얼마나 특허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5월 530억원을 들여 팬택 지분 10.03%를 인수한 것도 특허 확보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오스람, IBM 등과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황인혁 기자 / 박용범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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