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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권, 中企 특허권에 첫 투자

입력 : 
2013-03-12 17:42:46
수정 : 
2013-03-13 07: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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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지재권펀드 70억 지원
부동산 담보능력 없는 벤처에 지원
국민銀도 300억 `요즈마펀드` 추진
사진설명
전동차(지하철ㆍ전철 등의 객차)용 출입문 제어장치를 개발해온 노경원 소명 대표(51). 젊음을 바쳐 전동차 출입문 제어장치 기술을 개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빚뿐이었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때문이다. 노 대표는 임직원 급여 지급까지 일부 미뤄야 할 정도로 회사 재무 상황이 악화되자 최근 개인 소유 부동산을 매각했다.

지난 1월 회사는 결손을 줄이기 위해 감자(減資)까지 해야 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현대차그룹 로템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자금난에 회사의 앞날은 불투명했다.

대기업이 특허 침탈을 시도해도 핵심 특허는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하며 지켜왔다. 그랬던 이 회사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KDB산업은행이 조성한 펀드에서 부동산 담보가 없더라도 핵심 특허를 보유한 기술우수기업의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술실사를 거쳐 지난 11일 투자금 50억원을 받았다.

노 대표는 "프랑스계 기업이 독점하던 기술을 뛰어넘기 위해 지난 8년간 수십억 원을 쏟아부었지만 마지막에 자금난에 시달렸다"며 "특허를 담보로 투자금을 확보해 회사가 약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허권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지만 매각 기업이 특허는 그대로 사용하는 이른바 '세일 & 라이선스 백(Sales & License Back)' 방식의 투자다. 산업은행은 IP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월 1000억원 규모의 IP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우수 특허를 보유한 우수 중소기업에 첫 투자를 단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투자를 받은 기업은 소명과 3차원 입체음향 기술 기업인 소닉티어 등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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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립된 소닉티어는 3차원 영상 발달에 맞춰 '눈' 외에 '귀'도 3차원을 즐길 수 있는 음향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이미 여의도 IFC몰에 있는 CGV 극장에 적용됐다. 박승민 대표(42)는 "그동안 모았던 돈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며 "3차원 입체음향이 붐을 이루고 있는 시기에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까 전전긍긍했는데 IP펀드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IP펀드는 R&D 위주로 사업을 시작해 기술력은 우수하나 신용등급 자체가 없거나 부동산 담보가 없는 기업들에 투자하기 위해서 결성됐다. 담보능력이 없는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이스라엘의 '요즈마펀드'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은 "정부, 은행 등이 선정한 최대 1000개에 이르는 기술우수 중소기업을 스크린해서 '깔딱고개'에 있는 중기를 발굴하고 있다"며 "창조경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 이런 기술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300억원 규모 '요즈마 펀드' 설립을 추진 중이어서 기술기업에 대한 금융권 담보 개념이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도 지식재산권 펀드에 투자해 이 시장에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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