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업중 한 곳만 기업공개 성공해도 수백억 조달 가능
미래 원천기술 찾아 IP금융, 대학에 몰려
미래 원천기술 찾아 IP금융, 대학에 몰려
이제까지 대학 지주사는 벤처캐피털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과 격리돼 있었다. 대학 내 벤처는 대학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지주사 등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학에서 탄생한 원천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자본 역할이 커지고 있다. 대학 지주사는 연구실 내 '숨은 진주'를 발견해 상업화하는 회사지만 자체 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식재산(IP)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연세대 기술지주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앞으로 연세대 기술지주사가 보유한 잠재력 있는 지식재산을 사들일 예정이다.
투자 이후 회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생각이다. 기업은 나중에 콜옵션을 행사해 원래 보유했던 IP를 되사올 수도 있다.
조서용 서울대 산학협력단 지식재산관리본부장은 "외부 금융자본을 통하지 않고는 기술 상용화에 애로가 많아 자회사 투자 파이를 늘리는 방안을 꾸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술지주사 자회사인 에스데어리푸드는 파리바게뜨 등을 계열사로 둔 SPC그룹과 지난해 공액리놀레산(CLA) 함량을 높인 기능성 우유를 출시했다.
2009년 한양대 기술지주사 자회사로 등록된 크린컴 경영진은 지난달 한양대 기술지주사에서 지분을 매입했다. 한양대는 지주사가 소유 중이던 지분을 매각해 현금 2억원을 일시에 손에 쥐었다. 한양대는 이 같은 지분 매각 방식으로 5년 후 연 고정수입 40억~5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학 원천기술이 금융과 만나면 반값 등록금을 별도 재정 투입 없이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내 대학 산학협력기술지주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 대학 기술지주사 자회사는 23개 대학에 117개가 포진한 상태다. 서울대가 23개로 가장 많고, 강원지역대학연합이 19곳, 한양대와 고려대가 10개, 연세대가 9개를 보유 중이다.
서울대 기술지주사는 올해 '서울대 우유' 외에도 발효 관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목장 오ㆍ폐수 정화기술과 가축 분뇨를 활용한 기술도 연내에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양대 기술지주사는 자회사 지분매각, IPO, 인수ㆍ합병(M&A), 경영 컨설팅으로 10년 뒤 연 고정수입을 1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대학들은 이를 통해 반값 등록금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학들이 거둬들인 등록금 수입은 연세대 4159억원, 한양대 3269억원, 서울대 1806억원이다. 제대로 된 기술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면 수백억원을 버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성균 한양대 기술지주사 대표는 "대학 기술이 학교 연구용으로 머물지 않고 상용화되면 얻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히 폭발적"이라며 "지금은 연 3억원 수준으로 최소한의 운영비 수익만 거두고 있지만 대규모 M&A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대학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게 대학 지주사들의 설립 목표"라고 말했다.
홍 대표도 "기업 하나만 제대로 IPO하거나 선제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면 자금 수백 억원을 한꺼번에 조성할 수 있다"며 "현재 자회사 20여 곳 가운데 한 곳만 IPO에 성공해도 재정 상당 부분을 등록금 재원으로 충당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취재팀 뉴욕, 매디슨, LA, 샌프란시스코 = 박용범 기자 / 금융부 = 김유태 기자 / 모바일부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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