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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벤처와 IP금융이 만나면…반값등록금 꿈 이뤄진다

입력 : 
2013-01-23 17:22:49
수정 : 
2013-01-24 18: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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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업중 한 곳만 기업공개 성공해도 수백억 조달 가능
미래 원천기술 찾아 IP금융, 대학에 몰려
◆ IP금융이 뜬다 1부 / ③ 대학ㆍ중기 희망주는 IP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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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올해 벤처캐피털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에서 100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슈프리마는 중소기업청 모태펀드 자금60억원을 기반으로 총 100억원을 조성한 후 대학 내 벤처 자회사에 투자한다. 슈프리마 투자는 대학과 외부 기관투자가 사이에 존재해온 높은 담을 헐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제까지 대학 지주사는 벤처캐피털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과 격리돼 있었다. 대학 내 벤처는 대학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지주사 등에서 투자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학에서 탄생한 원천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자본 역할이 커지고 있다. 대학 지주사는 연구실 내 '숨은 진주'를 발견해 상업화하는 회사지만 자체 자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식재산(IP)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연세대 기술지주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앞으로 연세대 기술지주사가 보유한 잠재력 있는 지식재산을 사들일 예정이다.

투자 이후 회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생각이다. 기업은 나중에 콜옵션을 행사해 원래 보유했던 IP를 되사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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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 연세대 기술지주사 대표는 "국내 대학 연구력을 감안하면 국가 경제를 이끌고 나갈 기술이 대학에서 나올 수 있다"며 "향후 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이제 외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국선 서울대 기술지주사 대표는 "학생 창업기업, 대학기술에 기반한 창업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과 손을 잡고 운영 중"이라며 "UCLA 랩투마켓(Lab2Market) 펀드 등 미국 대학이 외부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조서용 서울대 산학협력단 지식재산관리본부장은 "외부 금융자본을 통하지 않고는 기술 상용화에 애로가 많아 자회사 투자 파이를 늘리는 방안을 꾸준히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술지주사 자회사인 에스데어리푸드는 파리바게뜨 등을 계열사로 둔 SPC그룹과 지난해 공액리놀레산(CLA) 함량을 높인 기능성 우유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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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는 항암ㆍ항비만 효과가 확인된 건강 보조제로, 각각 5억원을 출자한 서울대와 SPC그룹 지분율은 50%씩이다. 서울대는 향후 수익금 중 절반인 25%를 기술을 개발한 단과대학인 농업생명과학대학으로 귀속시켰다. 해당 기술 이전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농생대 재학생들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쌓기로 기술이전 초기 단계부터 명시했기 때문이다.

2009년 한양대 기술지주사 자회사로 등록된 크린컴 경영진은 지난달 한양대 기술지주사에서 지분을 매입했다. 한양대는 지주사가 소유 중이던 지분을 매각해 현금 2억원을 일시에 손에 쥐었다. 한양대는 이 같은 지분 매각 방식으로 5년 후 연 고정수입 40억~5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학 원천기술이 금융과 만나면 반값 등록금을 별도 재정 투입 없이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국내 대학 산학협력기술지주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 대학 기술지주사 자회사는 23개 대학에 117개가 포진한 상태다. 서울대가 23개로 가장 많고, 강원지역대학연합이 19곳, 한양대와 고려대가 10개, 연세대가 9개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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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분기 50곳이던 대학 자회사는 2012년 1분기 88개로 늘어나더니 같은 해 8월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 자회사들의 2011년 기술이전 수입은 모두 408억원. 320억원을 기록한 2010년보다 27.5% 늘었다. 자회사와 학외 기업 간 기술이전 계약 건수는 같은 기간 19.1% 늘어난 1603건이었고, 특허 등록도 55.3% 증가한 6427건으로 집계됐다. 홍 대표는 "대학 지주사의 자회사 기술을 기반으로 창출한 수익은 향후 10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체적인 재원 마련을 위한 학내 기술개발과 기술이전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면서 자회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기술지주사는 올해 '서울대 우유' 외에도 발효 관련 기술을 기업에 이전할 계획이다.

목장 오ㆍ폐수 정화기술과 가축 분뇨를 활용한 기술도 연내에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양대 기술지주사는 자회사 지분매각, IPO, 인수ㆍ합병(M&A), 경영 컨설팅으로 10년 뒤 연 고정수입을 1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대학들은 이를 통해 반값 등록금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학들이 거둬들인 등록금 수입은 연세대 4159억원, 한양대 3269억원, 서울대 1806억원이다. 제대로 된 기술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면 수백억원을 버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성균 한양대 기술지주사 대표는 "대학 기술이 학교 연구용으로 머물지 않고 상용화되면 얻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히 폭발적"이라며 "지금은 연 3억원 수준으로 최소한의 운영비 수익만 거두고 있지만 대규모 M&A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대학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게 대학 지주사들의 설립 목표"라고 말했다.

홍 대표도 "기업 하나만 제대로 IPO하거나 선제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면 자금 수백 억원을 한꺼번에 조성할 수 있다"며 "현재 자회사 20여 곳 가운데 한 곳만 IPO에 성공해도 재정 상당 부분을 등록금 재원으로 충당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취재팀 뉴욕, 매디슨, LA, 샌프란시스코 = 박용범 기자 / 금융부 = 김유태 기자 / 모바일부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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