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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한국 IP금융…특허담보대출 실적 전무

입력 : 
2013-01-20 18:06:47
수정 : 
2013-01-21 08: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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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 라이선스 백` 첫 성공사례 그나마 다행
◆IP금융이 뜬다 1부 / ① IP산업에 눈돌리는 금융◆

지난 7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로펌 사무실에서 만난 브루스 번스타인 변호사. 그는 블루스톤이노베이션이라는 특허전문투자회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기자는 당초 그를 그의 사무실이 있는 워싱턴DC에서 만나려 했다. 그런데 그가 뉴욕에서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뉴욕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부쩍 금융계 큰손들이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그의 생활이 달라졌다.

사모펀드인 콜러캐피털 출신인 브루스 번스타인 부사장은 지난 1~2년간 다양한 사모펀드, 헤지펀드와 투자를 위한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번스타인 부사장은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을 화폐화(monetize)하려는 노력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부동산처럼 자산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면 본격적인 지식재산 금융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번스타인 부사장은 "특허를 둘러싼 시장이 금융시장과 유사해지고 있다"며 "사모펀드ㆍ헤지펀드 투자 외에도 재간접투자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투자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괴물' 등으로 불렸던 NPE(Non Practicing Entityㆍ제조활동 없이 특허 소송 및 관리로 수입을 창출하는 특허관리전문기업)가 일종의 금융투자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본격 성장한 NPE의 초기 투자자는 주로 IT기업들이었다.

초기에는 IT기업들이 경쟁 기업의 특허 침해 소송을 막기 위해 NPE를 중간 매체로 활용한 성격이 짙었다. 직접 경쟁업체와 소송에 나서기보다 NPE를 통해서 간접 싸움을 벌이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심영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직접 IT회사가 나서지 않고 자회사 형태로 특허관리기업을 두는 사나포선(私拿捕船ㆍprivateer)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ㆍ자본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까지 특허관리 전문기업 이면에 글로벌 IT기업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금융자본이 이 자리를 적극적으로 채워 나가고 있는 셈이다.

부실화돼 시장에 나오는 특허기업 매물들이 덩치가 커진 점도 금융자본의 참여를 가속화한 요인이다. IT기업들은 금융자본을 끌어들이면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양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특허 소송 비용이 커지자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도 나타났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특허 침해로 피소되면 일시적으로 큰 부담을 갖게 된다. 이들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되 승소하면 성공보수 등으로 두둑한 이익을 챙기는 사업모델이다.

워싱턴DC에서 활동 중인 한 NPE 관계자는 "법률 비용이 수백만 달러가 소요될 수 있는 특허 소송을 하고 나면 막상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이 아쉬운 기업을 대상으로 나타난 신종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특허괴물로 알려진 미국 인텔렉추얼벤처스(IV)는 50억달러를 굴리고 있다. 미국 시애틀 인근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2008년 한국지사를 세우고 직ㆍ간접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총 4개 펀드를 운영 중이다. 애플,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노키아, 소니 등이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못지않게 또 다른 중요한 한 축이 있다.

JP모건체이스은행, 맥킨지&컴퍼니 등이 조성한 펀드와 미국 주요 대학과 개인 재단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록펠러재단, 부시재단, 윌리엄&플로라 휴렛재단 등이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참여했다. 미국 동부 명문 대학들인 펜실베이니아대, 코넬대, 브라운대는 물론 노스웨스턴대, 미네소타대, 서던캘리포니아대 등 미국 주요 대학들이 이 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 중인 IP밸류는 특허업계에서 일종의 투자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특허가 있으면 자본을 동원해 사들이고, 이를 다시 부가가치를 더해 파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한다. 조지 박 IP밸류 이사는 "특허 관련 소송이 늘어남에 따라 특허자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관투자가의 특허 투자가 활발해질수록 관련 거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뉴욕, 매디슨, LA, 샌프란시스코) = 박용범 기자 / 김유태(금융부) 기자 / 이동인(모바일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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