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최강' 한국, 원천기술 부족…주가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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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8.28. 오전 11:28
박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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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분기별 지적재산권 사용료 지급액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28일 한국은행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수지 통계에서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지급액이 올 상반기 43억800만달러(4조8천896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의 37억7천700만달러보다 14.1% 증가했다. yoon2@yna.co.kr @yonhap_graphics(트위터)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박초롱 오예진 기자 =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지적재산권 사용료 대외 지급액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원천기술에서 선진국에 예속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로열티 지급액 증가는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 지식산업 시장 확대…`로열티' 증가일로

28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특허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를 뜻하는 `로열티' 시장 규모는 1991년 전 세계 303억달러에서 2006년 1천580억달러, 2010년 2천96억달러 등으로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은 지적재산권 무역에서 적자 국가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를 보면 2006년에는 26억400만달러 적자에 머물렀지만 2010년 58억8천700만달러로 4년 만에 2배 이상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적자폭이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발표한 국가별 기술무역수지 현황을 보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대부분이 흑자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해마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 흑자가 큰데도 불구하고 지적 재산권과 기술무역수지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독자적 특허가 부족하고 원천 기술에서 여전히 선진국에 예속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이은형 교수는 "한국이 외국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상품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증가하고 있다"며 제조업 위주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산업 구조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경제개발과정에서 제조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생산공정 관련 특허를 개발하느라 원천 특허 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외국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IT 분야에서 전체 적자의 60%가량이 나온다.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국내 IT 수출이 늘어난 것도 로열티 수지 적자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주완 연구원은 "한국보다 먼저 지식산업 위주로 체질을 바꾼 미국 등은 지적 재산권 보호 장치를 잘 갖추고 한국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김홍일 대표는 "MP3 관련 원천기술은 한국 중소기업이 갖고 있었지만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겼다"며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사 특허를 보호해 로열티 수지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특허 사용료, 주가에도 영향

각국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서 특허권 등의 사용료나 손해배상금액이 발생하면 기업 실적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 기업이 제공하는 브랜드나 기술에 길들여 지면 자체 브랜드나 기술 개발이 지연돼 장기적인 손해도 크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특허나 기술을 빌려쓰는데 익숙해지면 궁극적으로 그 기업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용료나 소송비용이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일본 기업인 니치아와의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소송에 소요된 각종 비용이 15배 가까이 뛰면서 영업이익이 2년 새 25.5% 급감했다.

2006년 153억원이었던 이 회사 영업익이 2008년 114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애플과의 소송에서 배심원 평결이 불리하게 나온 직후인 27일 7.45% 급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삼성전자가 날린 시가총액만 14조원에 이른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지급하는 배상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돈이 시가총액에서 없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기업이 특허 사용료 분쟁에 휘말리면 매출 감소나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이어 주가 하락이 뒤따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허권 사용료나 소송비가 직접적으로 기업가치에 타격을 입히지 않더라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과 애플의 이번 특허 분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 기업가치를 본격적으로 훼손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각국 경제가 어려워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부정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double@yna.co.kr

chopark@yna.co.kr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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